에세이 #03
가계의 맬서스
2006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은 국민이 아이를 낳게 하려고 약 200조 원의 예산을 들였다. 그렇게 해서 도달한 합계출산율은 0.72명, 서울은 0.55명이었다. 오늘날 부유한 나라에서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로 “먹을 것이 없어서”를 드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출산율은 관측 이래 가장 낮은 수준에 못 박혀 있고, 돈을 풀어도 꿈쩍하지 않았다. 돈보다 더 깊은 곳에 있는 무언가가 이 숫자를 정하고 있다.
1798년 영국의 성직자 토머스 맬서스는 『인구론』을 펴내, 인구는 언제나 식량 공급을 압박하게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사람은 밭의 소출을 늘릴 수 있는 속도보다 빨리 불어나므로, 생활 수준이 조금 나아질 때마다 늘어난 입이 그 몫을 먹어 치우고, 기근과 질병과 늦은 결혼이 인구를 땅이 먹여 살릴 수 있는 수준까지 다시 끌어내린다는 것이다. 맬서스가 묘사한 세계에 한해서는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해에 내리쬔 햇빛 말고는 기댈 것이 없던 경제에서 생산량은 땅에 묶여 있었고, 인구는 물리적 제약 가운데 가장 세게 조이는 제약에 눌려 있었다. 그러다 공기 중의 질소를 뽑아내 만드는 화학비료가 등장하면서 식량은 더 이상 한계가 되지 않았다. 맬서스의 논리는 살아남았고, 바뀐 것은 한계를 긋는 요인이었다.
병목은 지금 어디에 있나. 거의 모든 것의 가격은 대략 에너지 비용, 제조 비용, 운송 비용, 컴퓨팅 비용, 그리고 아직 자동화로 대체되지 않은 노동의 비용으로 정해진다.
이 마지막 항목에는 경제학에서 붙인 정식 이름이 있다. 생산성이 오르는 부문에서 임금이 오르면, 같은 노동시장에서 사람을 뽑는 다른 부문도 모두 임금을 올려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아예 사람을 구할 수 없다. 교육, 의료, 보육, 노인 돌봄이 그런 부문이다. 생산성은 오르지 않았는데 임금은 올랐으니 가격이 끝없이 치솟는다. 경제학자 윌리엄 보몰은 1967년에 이 현상을 비용병이라고 불렀다. 보몰이 꼽은 부문은 아이를 키우려면 돈을 치러야 하는 부문과 거의 정확히 겹친다.
Figure 4-1 What got cheaper, and what did not
| Item | Change | Index 2024 (2000 = 100) |
|---|---|---|
| Hospital services | +249% | 349 |
| College tuition | +185% | 285 |
| Childcare | +134% | 234 |
| Housing | +95% | 195 |
| Average (CPI) | +85% | 185 |
| New cars | +25% | 125 |
| Clothing | -5% | 95 |
| Software | -70% | 30 |
| Toys | -70% | 30 |
| Televisions | -97% | 3 |
Log scale, so equal slopes are equal rates of change. Baumol sectors rise; automated goods collapse. Label positions on the right are spread for legibility; the line ends are exact.
Source: US Bureau of Labor Statistics, consumer price data, 2000–2024.
2000년 이후 미국에서 병원 서비스 가격은 약 250%, 대학 등록금은 약 185%, 보육비는 약 135% 올랐다. 같은 기간 텔레비전은 97%, 장난감과 소프트웨어는 각각 약 70% 내렸다. 자동화가 닿은 것은 모두 가격이 무너졌다. 자동화가 닿지 못한 것, 곧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해 해 주는 서비스는 모두 치솟았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자동화가 가장 덜 닿은 바로 그 재화를 20년 동안 쉬지 않고 사들이는 일이다. 오늘날 인구를 묶어 두는 제약은 식량보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드는 값이다. 내가 가계의 맬서스라고 부르는 것이 이것이다.
무엇이 따라 나오는가. 이 말이 맞다면 출산율 하락은 문화 현상이기에 앞서 가격 현상이고, 이를 확인할 방법도 있다. 사람들에게 돈을 주면 출산율이 달라지는가? 한국이 바로 그 시험을 치렀다. 예산 항목이 40배 넘게 불어나는 동안 15년에 걸쳐 돈을 썼지만, 가격 구조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고 출산율도 함께 제자리에 머물렀다.
가치관은 첫 번째 원인이 아니다. 가치관의 변화는 그 밑에 깔린 구조에서 두세 단계 내려간 하류에서야 나타난다. 에너지와 기술이 가격을 정하고, 가격이 가계의 예산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정한다. 그 예산 아래에서 가계가 아이보다 일을 앞세우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며, 나중에 그 선택에 가치관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하류 변수가 달라진 것을 보고 원인이라 부르는 일은, 온도계 바늘이 움직인 것을 두고 더위의 원인이라 부르는 것과 어딘가 닮았다.
반대편에서 나온 가장 강력한 증거도 있는 그대로 짚어 둘 필요가 있다. 2007년 이후 미국의 주들을 비교해, 실업률이나 집값, 보육비, 학자금 대출 사정이 더 나쁜 곳에서 출산율이 더 빨리 떨어졌는지 살펴본 연구가 있다. 결과는 그렇지 않았거나, 그렇더라도 차이가 크지 않았고, 연구진은 한 세대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고 결론짓는다. 여기에는 두 가지로 답할 수 있다. 첫째, 우선순위가 바뀌었다는 말로 설명이 끝나지는 않는다. 그 변화야말로 설명해야 할 대상이다. 한 세대 전체의 우선순위가 한꺼번에 움직였다면, 그 세대가 자라면서 지켜본 가격 체계에 적응한 결과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둘째, 두 연구는 서로 다른 물음을 던지고 있다. 지금의 체계 안에서 가격 하나를 살짝 건드렸을 때 출생아 수가 얼마나 움직이느냐는 물음과, 가격 체계 전체가 바뀌면 무슨 일이 일어나느냐는 물음은 같지 않다. 한국의 현금 지원이 시험한 것은 앞의 물음이었고, 숫자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뒤쪽뿐이다.
가장 큰 사례. 중국의 출생아 수는 2025년 792만 명으로, 한 해 만에 17% 줄었고 2016년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 감소가 뒤집히지 않으리라는 점은 정책과 상관없이 이미 정해졌다. 출생아의 약 85%는 20~34세 여성이 낳는데, 이 연령대 여성은 2025년 1억 500만 명에서 2050년 5,800만 명으로 줄어든다. 출산은 대략 18세부터 40세 사이에 걸쳐 이루어지므로, 2050년에 아이를 낳을 여성은 모두 이미 태어났거나 늦어도 2032년까지는 태어난다. 인구의 바탕이 이미 정해져 있으니 남은 자유도는 출산율 하나뿐이고, 출산율을 지금 수준에 붙들어 두더라도 2032년 출생아 수는 약 650만 명까지 줄어든다. 그러면 인구 14억의 나라가 인구가 그 4분의 1인 나라보다 겨우 조금 많은 아이를 낳게 된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모든 변수 가운데 인구는 가장 먼저 정해지고 가장 늦게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