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02

선택된 희소성

1978년에 미국인이 1인당 쓴 에너지는 그 뒤 어느 해보다도 많았다. 이후 미국은 1인당 에너지를 5분의 1 가까이 덜 쓰면서도 통계상으로는 줄곧 더 부유해졌다. 성장 이야기치고는 기묘한 모양새인데, 지난 반세기 동안 모든 선진국 경제가 바로 이런 모양을 그려 왔다.

경제학에는 올라가는 도중에 멈춰 버린 나라를 가리키는 이름이 있다. 중진국 함정이다. 부유한 나라들이 빠진 곳은 그와 다른 함정이고, 이 함정은 스스로 판 것이다. 방정식의 세 요소 가운데 무너진 것은 에너지였다. 사람들이 에너지를 더 늘리지 않기로 선택했고, 그 뒤로는 에너지가 다시는 늘지 않으리라는 가정 위에 나머지 모든 것을 쌓아 올렸기 때문이다.

세 가지 증거.

Figure 3-1 The climb that stopped at the end of the 1970s

15020025030035040019501960197019801990200020102020the slope breaks, and never recoversUS primary energy per capita, GJ/year
US primary energy consumption per capita, GJ per year
YearGJ per person
1950232.1
1951244.8
1952238.4
1953240.6
1954231.1
1955249.0
1956254.3
1957250.0
1958244.8
1959251.1
1960256.4
1961256.4
1962263.8
1963270.1
1964277.5
1965285.9
1966298.6
1967303.9
1968319.7
1969332.3
1970339.7
1971341.8
1972355.6
1973367.2
1974354.5
1975340.8
1976357.7
1977366.1
1978369.3
1979369.3
1980353.4
1981340.8
1982322.8
1983318.6
1984332.3
1985329.2
1986327.1
1987335.5
1988349.2
1989353.4
1990348.2
1991342.9
1992345.0
1993346.1
1994349.2
1995351.3
1996357.7
1997355.6
1998354.5
1999356.6
2000361.9
2001349.2
2002350.3
2003348.2
2004353.4
2005350.3
2006343.9
2007347.1
2008335.5
2009315.5
2010325.0
2011318.6
2012308.1
2013314.4
2014316.5
2015311.2
2016307.0
2017304.9
2018314.4
2019310.2
2020282.8
2021296.5
2022299.6
2023293.3
2024293.3

The annual series begins in 1949; the chart starts at 1950.

Source: U.S. EIA, Monthly Energy Review, Table 1.7 (Million Btu per capita, converted at 1.055056 GJ/MMBtu).

미국의 1인당 1차 에너지 소비, 1950~2024년. 전후 내내 이어지던 상승세가 1970년대 말에 꺾인 뒤 끝내 회복되지 않는다.

첫째, 1인당 에너지 사용량이 더 늘지 않았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연간 통계로 보면 미국의 1인당 1차 에너지 소비는 1949년 2억 700만 Btu에서 1978년과 1979년 3억 5,000만 Btu로 정점을 찍은 뒤 지금은 2억 8,200만 Btu까지 내려왔다. 일부는 효율 개선 덕분이다. 하지만 역사를 보면 효율 향상은 대개 총소비를 끌어올렸다. 그러니 이 하락은 확장이 멈춘 흔적으로 읽어야 하며, 효율이 가져다준 성과로 보기는 어렵다.

둘째, 같은 시기에 생산성 증가가 느려졌다. 여기서 말하는 생산성은 넓은 뜻의 생산성으로, 같은 노동과 자본으로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를 가리킨다. 로버트 고든의 추산에 따르면 미국에서 이 생산성은 1920~1970년에 해마다 약 1.9%씩 올랐고, 그 뒤로는 그 3분의 1 정도의 속도로 올랐다. 에너지 가운데 실제로 일로 바뀐 몫으로 성장을 설명하는 모형은 1973년과 1974년까지는 미국의 산출을 잘 설명하다가 그 뒤로 설명력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셋째, 미국은 에너지 공급 설비를 더 짓지 않았다. 1973년 이후 미국에서 발주된 원자로 41기는 한 기도 빠짐없이 취소되었고, 1970년 1월 이후 발주된 원자로 전체로 넓혀 보아도 3분의 2 이상이 결국 취소되었다.

차이는 어디서 왔나. 미국의 원자로 건설비는 1960년대 후반에 이미 오르고 있었고,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가 났을 때 아직 짓고 있던 원자로에서는 훨씬 더 치솟았다. 같은 기간 프랑스는 비용 상승 폭을 미국의 몇 분의 일로 억눌렀고, 한국은 아예 비용을 끌어내렸다. 두 나라 모두 같은 표준 설계를 되풀이해 지은 덕분이다. 같은 기술이 한 나라에서는 비싸지고 다른 나라에서는 싸졌다. 그 차이를 만든 것은 규제와 정치였고, 그 밑바닥에서는 같은 발전소를 두 번 지었느냐, 매번 새 발전소를 지었느냐가 갈렸다.

그러니 1970년대의 전환은 선진국 사람들이 스스로 고른 것이다. 거기에는 사고와 환경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반응이 있었고, OPEC의 가격 인상에 맞춘 조정이 있었으며, 계속 성장해도 되는가를 둘러싼 서구 자신의 회의가 있었다. 이유가 무엇이었든, 잘못은 한발 물러선 데보다 그 자리를 아무것으로도 채우지 않은 데 있었다. 그 뒤 반세기 동안 부유한 나라들은 에너지가 다시는 늘지 않으리라는 가정 위에서 경제와 제도와 기대를 새로 짜 왔다. 내가 말하는 희소성은 바로 이 가정이다.

실제로 택한 출구. 그 반세기 동안 선진국이 새로 기댄 주된 전원은 출력이 수요를 따라가지 않는 전원이다. 리온 히르트의 풍력 연구에 따르면, 풍력의 시장가치, 다시 말해 평균 전력 가격에 견준 풍력 전기의 가격은 풍력이 거의 없을 때 약 110%이던 것이 전체 전력의 30%를 풍력이 공급하게 되면 50~80%로 떨어진다. 풍력이 많아질수록 다른 모든 터빈도 같은 시간대에 전기를 만들어 내므로, 풍력은 자신이 생산한 전기의 가치를 스스로 깎아 먹는다. 독일의 도매 전력 가격은 2025년에 573시간 동안 마이너스였다. 2년 연속으로 세운 최고 기록이다. 1년에 3주가 넘는 시간 동안 발전사가 돈을 얹어 주며 자기 전기를 가져가 달라고 한 셈이다.

나는 재생에너지에 반대하지 않는다. 내 말은, 재생에너지가 원자력이나 가스, 수력처럼 필요할 때 언제든 돌릴 수 있는 전원 위에 얹혀야 하고,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한 나라를 떠받치는 기반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같은 선택은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 곳까지 번졌다. 어떤 발전소를 짓느냐가 그 나라의 전기요금을 정한다. 전기요금은 집세와 식료품값과 서비스 가격에 스며들고, 이 가격들이 한데 모여 한 가계가 감당할 수 있는 자녀 수를 정한다. 유권자는 투표용지에서 이 연쇄를 본 적이 없지만, 가격 체계는 그 청구서를 빠짐없이 모든 가계에 배달했다.

제약은 지금 어디에 있나. 반세기가 지난 지금 병목은 전기를 만드는 쪽에서 실어 나르는 쪽으로, 발전소에서 그 전기를 쓰는 사람에게 이르는 구간으로 옮겨 갔다. 그런데도 논쟁은 여전히 대부분 발전을 둘러싸고 벌어진다.

발전 자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태양광 설비용량은 1975년 이후 약 100만 배로 불어났고, 중국 한 나라만 해도 이제 전체 설비용량의 절반 가까이를 풍력과 태양광이 차지한다. 그렇다고 실제로 전달되는 에너지까지 기하급수적으로 늘지는 않았다. 발전소와 사용자 사이에 놓인 모든 것이 발전과는 다른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계통 연계 대기열, 변압기와 개폐기를 만드는 공장, 송전선을 깔 땅과 인허가, 변전소가 모두 그렇다. 어느 것이든 몇 년 단위로 움직인다.

미국에서 2025년에 운전을 시작한 사업은 중앙값으로 따져 신청부터 5년을 기다렸다. 2000~2020년에 신청한 사업 가운데 실제 운전까지 간 것은 설비용량 기준으로 13%에 그친다. 지금 계통 연계를 새로 신청하면 연결될 가능성을 얻을 뿐, 연결 날짜를 받지는 못한다. 대형 변압기는 이제 납품까지 2~3년이 걸리는데, 2010년의 2~3배다. 공장을 아무리 늘려도 이 소요 기간은 저마다 햇수로 헤아릴 수밖에 없고, 2020년대 초부터는 주요 시장 전체에서 한꺼번에 길어졌다.

여기서 두 가지가 따라 나온다. 첫째, 전환기의 가격은 내리기 전에 먼저 오른다. 공급이 묶여 있는 사이에 수요가 폭발하기 때문이다. 둘째, 희소한 자산은 발전소 자체보다 이미 계통에 연결된 부지와 대기열 속의 자리다.

전기는 멀리 가지 못하고, 땅은 아예 움직이지 않는다. 세 요소 가운데 제도와 노동은 해외 파트너에게서 빌려 올 수 있지만, 에너지는 시설이 들어설 바로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그래서 부지를 고르는 일이 곧 투자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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